언론 대상 간담회에서 대미 투자의 전략적 필요성 강조

”기업도 생존 위한 변신해야…첨단기술 내재화로 경쟁력 강화 “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1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SK의 밤 행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 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1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SK의 밤 행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 SK그룹.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국내 투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에 대한 투자는 필수적이다.“
 
공격적으로 대미(對美) 투자를 늘리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해외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계 각 국에서 자국 보호주의 색채가 짙어지고 있는 만큼, 해외 투자는 경영 변수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첨단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복안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태원 회장은 21일(현지 시간) SK의 밤 행사에 앞서 언론과 가진 간담회에서 “국내 투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에 대한 투자는 필수적”이라며 “첨단패키징 등 우리가 가지지 못한 기술들에 투자해 내재화하고 국내 투자로 이어가는 선순환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은 앞서 국내외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미국 투자를 먼저 구체화 했다. 70억달러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투자 외에 반도체 연구개발(R&D) 협력과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 시설 등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150억달러, 전기차 충전·그린 수소·배터리 소재·리사이클링·소형모듈원자료(SMR) 등 그린에너지 사업에 50억달러, 세포·유전자 치료제 분야에도 20억달러를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밝힌 투자액만 290억달러, 한화로 환산하면 약 41조원에 달한다. 

국내 투자와 비교하면 규모가 크다고 볼 순 없다. SK그룹은 257조원 규모의 투자안을 발표했는데 70%(179조원)을 국내에 쏟는다. 다만 최 회장이 미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다,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인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이른바 BBC 산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미국 쏠림 현상을 지적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미국 투자가 연구개발(R&D) 협력, 공급망·고객사 확보, 국가 신성장 동력 발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했다. 그는 “2030년까지 투자 계획이 250조원인데 그 중 해외 투자로 잡힌 게 70조원“이라며 “원래는 50조원인데 환율이 올라 70조원이 됐다”고 부연했다. 이어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시기에는 개인도 기업도 생존을 위한 변신이 필요하다”면서 국내외에서 BBC 투자를 지속할 뜻을 밝혔다. 

다만 최 회장은 미중 갈등 같은 정략적 변수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준비를 얼마나 할 것이냐는 어려운 문제“라면서 “보험이라고 생각하는 정도의 행동“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일 무서운 것은 불안, 언노운(unknown)”이라면서 “시나리오 계획으로 아주 극단적인 것부터 현상 유지까지 다 있다. 여러 시나리오에 대비한 계획을 세웠고,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으로 충돌하는 상황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대만기업들을 벤치마킹해 다각적인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최 회장은 중국 투자 축소에 대해 ”확률 게임”이라며 “어떤 시나리오가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현재로선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과거와 같이 이익을 극대화하거나 효율성을 좇는 것보다 안전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중국 시장도 현실적으로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가 현실화 된다면 SK하이닉스의 중국설비 개선이 어려워져 다른 생산기지를 구축할 수밖에 없지만 중국 시장 자체는 안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지금 디커플링(탈동조화) 형태가 되며 시장이 쪼개지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운을 뗀 뒤 “(미국과 중국) 두 개의 시장 중 하나를 버리겠느냐. 중국은 우리 수출의 25%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 시장을 버리면 경제가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최 회장은 최근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칩4) 등 한국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에 일회일비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커플링의 어느 부분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한국 기업에게 위기 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관련 법안이나 정책이 마무리되고 얘기가 구체적으로 나오기 전까지 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보면서 대응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한국산 전기차 차별 논란에 들어 “(뒷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은) 별 도움이 안 되는 감정적인 대응“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꼭 나쁘다고 보진 않는다. 현대차의 경쟁력이 너무 좋기 때문에 보조금 안 받고도 문제를 뚫고 나갈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변수가 늘어난 만큼 민관 협력이 더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디커플링을) 기업 혼자 해결할 수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생존이 걸린 문제이므로 (제도적 대책 같은 정부와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해외 투자에서도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에 나가 투자하는 건 솔직히 위험하다“면서 “정상 차원에서 투자를 보장하고 어려운 부분을 해결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 회장의 발언은 기술장벽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세계 질서를 재편하려는 미국 시장에서 생존력을 높이기 위해 대미 투자가 불가피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를 방증하듯 최 회장은 SK의 밤 행사에서도 한미 양국 간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올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바이오, 반도체, 그린 에너지 영역에 걸쳐 총 300억 달러의 신규 투자와 2만 명이 넘는 고용 창출 계획을 소개했다”면서 “미국 내에서 SK가 이룬 성장은 미국 내 신뢰할만한 파트너들이 아니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SK의 밤은 미국 주요 인사들에게 그룹의 경쟁력을 소개하는 자리다. 올해에는 크리스 쿤스 델라웨어주 상원의원, 존 오소프 조지아주 상원의원, 댄 킬디 미시간주 하원의원 등 정·관·재계 고위급 인사 300여명이 참석했다. SK그룹 측에서는 최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유정준 SK그룹 북미 대외협력 총괄(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SK그룹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코로나19로 3년 만에 재개돼 참석자 수가 많았다“면서 “그룹 주요 인사들이 미국 측 인사들을 상대로 사업 현황과 경쟁력을 설명하고 세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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