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신규 대미 투자액 600억달러 이상

한미 양국 윈-윈 경제모델 구축…국내 소부장 해외 진출에 도움

美 주도 공급방 재편에 동참…시장 주도권 및 사업 경쟁력 강화

국내기업들이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이미지. 이미지투데이
국내기업들이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이미지.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토니(Tony) 땡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향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창 밖을 향해 손을 흔들며 최 회장에게 인사하는 사진도 트위터에 올렸다. 

바이든 대통령이 최 회장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드러낸 이유는 SK그룹이 대규모 미국 투자를 확정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한미 양국은 21세기 세계경제를 주도할 기술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면서 “이 같은 협력은 핵심 기술과 관련한 공급망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SK는 투자를 통해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혁신, 일자리 창출 등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것이며, 더불어 미 행정부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으로 함께 번영할 수 있다는데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최태원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 면담을 갖고 220억달러(약 28조9000억원) 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최근 밝힌 70억달러(약 9조2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투자를 포함하면 총 대미투자액은 290억달러(약 38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번 발표는 지난해 밝힌 미국 투자의 연장선상에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제임스 클라이번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 등 워싱턴 정계 유력인사들과 만나 “2030년까지 미국에 520억달러(약 68조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절반 가량은 전기차 배터리와 수소, 에너지 솔루션 등 친환경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SK그룹은 반도체(Chip)와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등 이른바'BBC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방침이다. 반도체 연구개발(R&D) 협력과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 시설 등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만 150억달러(약 19조7000억원)를 투입한다. 50억달러(약 6조6000억원)는 전기차 충전·그린 수소·배터리 소재·리사이클링·소형모듈원자료(SMR) 등 그린에너지 사업에 투입하고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분야에 들어간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반도체 투자다. 반도체는 미국이 공들이는 기술동맹의 핵심이다. SK그룹은 미국의 대학교를 선정해 반도체 R&D 협력을 진행하고, 메모리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 시설을 새로 설립한다. SK그룹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며 “SK하이닉스의 기술력 강화로 이어져 결국에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본질적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SK하이닉스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개방형 혁신을 지향하는 R&D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다른 투자들도 미국 내에서 진행되고 있어, 투자가 신속히 이뤄질 전망이다. SK㈜,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테라파워와 포괄적 사업협력(MOU)을 체결하고 SMR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하고 있다. SK㈜가 세운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지주회사, SK팜테코 역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인 CBM에 3억5000만달러(약 4600억원)을 투자했다. 

다만 SK그룹은 국내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6년까지 총 247조원을 투자하는 SK그룹은 70%가 넘는 179조원을 국내에 쓴다. 반도체 핵심 생산시설과 R&D 기반이 국내에 있기 때문에 국내외 투자가 함께 이뤄질 때 효과적이라는 게 SK그룹의 입장이다. 그룹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훨씬 규모가 큰 국내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돼야 해외 투자도 함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이번에 발표된 대미 투자 계획은 물론 이미 확정된 국내 투자 역시 흔들림없이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SK그룹이 계획을 구체화함에 따라, 재계 4대 그룹이 올해 밝힌 미국 투자액은 630억달러(약 82조8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22조3000억원)를 투자해 테네시주 테일러시에 신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한다. 삼성SDI도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와 함께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인디애나주에 합작 배터리 공장을 세운다.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AI) 등 총 105억달러(약 13조8000억원)를 투자한다. 이 가운데 55억달러(약 7조2000억원)는 조지아주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 모듈 공장을 짓는 데 쓰인다. 

LG그룹은 배터리 생산거점을 구축한다. 완성차업체 GM과 합작한 얼티엄셀즈,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넥스트스타에너지의 공장을 각각 건설한다. LG에너지솔루션 공장까지 포함해 2020년까지 북미 지역에만 110억달러(약 14조4000억원)를 투자한다. 

재계는 이들 그룹의 미국 투자가 한미 양국의 윈-윈 경제모델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한다. 그룹은 미국 내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미국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SK그룹의 220억달러 투자로 2025년까지 일자리가 최대 2만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산업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각 그룹 계열사는 물론, 협력 관계에 있는 한국 소부장 기업이 미국 시장 진출 기회를 잡게 되고, 국내 기업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게 된다. 

이 같은 명분 외에 보다 현실적 이유가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공급망 재편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 주도의 경제질서 재편에 합류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첨단 산업분야에서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과 틀어지면 세계 시장에서 낙오돼 사업적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게다가 미국이 육성하는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핵심 산업에 함께 하면 미래 산업에 대한 주도권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 

미국이 한국과의 경제·안보·기술동맹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그룹 총수들과 만남을 갖는가 하면, 한국기업의 투자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번 SK그룹 투자에 대해서도 “미국과 한국이 21세기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투자”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미국은 프렌드쇼어링을 강조하며 동맹국과의 연대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한국을 대체할 국가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몸값이 높아진’ 지금 미국과의 관계를 원만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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